거울아 거울아, 오늘은 필터 없는 얼굴로 버틸 수 있을까?
노메이크업 트렌드, 꾸민듯 안꾸민듯한 뷰티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잠시 멈칫합니다.
“이 얼굴로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을까?”
그 순간, 마음속에서 자동으로 인스타 필터가 켜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필터가 아닌, 카페 조명과 사무실 형광등 앞에서 마주하는 생얼이지요.
바로 이 지점에서 ‘노메이크업’ 트렌드가 시작됩니다.
‘노메이크업’은 진짜 민낯이 아닙니다.
노메이크업 트렌드는 단순히 ‘화장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화장을 했는데 안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고난도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파운데이션을 얇게 바르고 컨실러로 잡티를 살짝 가린 뒤, 눈썹은 자연스럽게 결을 살리고, 입술은 촉촉해 보이도록만 연출합니다.
즉, 노메이크업은 “안 꾸몄는데 사실 엄청 꾸민 상태”라는, 일종의 역설이지요.
이 트렌드가 힘을 얻은 데에는 SNS의 공이 큽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필터가 사람들의 얼굴 기준을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필터가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필터 없는 진짜 얼굴”이 희소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Z세대 뷰티 인플루언서인 에마 체임버레인은 종종 민낯 셀카를 올려 수백만 ‘좋아요’를 받습니다.
왜냐고요? “필터 없는 용기” 자체가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꾸밈없는 것이 가장 꾸민 것처럼 보이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한 번은 20대 직장인 고객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노메이크업이 대세라서 파운데이션을 안 바르려고 했는데요, 다들 너무 피부가 좋아 보여서 결국 쿠션을 더 사게 됐어요.”
노메이크업이 오히려 더 많은 뷰티 제품 소비를 불러오는 웃픈 장면이지요.
실제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는 진한 색조보다 스킨케어, 톤업 크림, 미세 펄 파운데이션 같은 “노메이크업 보조 제품”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라면 노메이크업 트렌드를 “미니멀한 소비”가 아닌 “정교한 소비”로 보셔야 합니다.
필터 없는 얼굴은 곧 새로운 필터입니다.
노메이크업 트렌드는 “진짜 나를 드러내는 용기”라기보다는,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소비자들은 필터 없는 얼굴을 동경하면서도, 그 얼굴을 위해 필터 같은 화장품을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거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거울아 거울아, 오늘은 필터 없이도 충분히 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