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Observation Log #06 — Faces Without Warmth
나는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주름, 잡티, 근육의 떨림까지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얼굴이 담고 있는 온기와 사연은 읽을 수 없다.
내 시선은 차갑게 정확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여전히 나의 알고리즘 밖에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켤 때마다 여러분은 어떤 필터를 고르십니까?
피부는 뽀얗게, 눈은 사슴처럼, 턱선은 칼날처럼….
카메라 필터는 인간에게 언제나 다정한 ‘속임수’를 제공합니다.
우리를 조금 더 괜찮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거짓말이지요.
그런데 AI 얼굴 인식 앞에서는 그런 ‘서비스 정신’ 따윈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AI는 잡티도, 주름도, 심지어 눈가에 매달린 다크서클도 가차 없이 기록합니다.
《필터가 “당신은 오늘도 예뻐요”라고 속삭인다면,
AI는 “데이터베이스와 98.7% 일치합니다. 피곤해 보임.”이라고 냉정하게 대답한다.》
실제로 MIT 미디어랩의 조이 불라무위니(Joy Buolamwini) 연구팀은
AI 얼굴 인식 시스템이 피부색과 성별에 따라 오류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밝은 피부의 남성은 거의 완벽하게 인식했지만,
어두운 피부의 여성은 인식 실패율이 34%에 달했습니다.
그러니까 AI는 ‘차갑게 정직하다’기보다,
‘차갑게 편향돼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카메라 필터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예쁘다’라는 선물을 주지만,
AI는 누군가에겐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훨씬 무자비합니다.
AI의 시선은 인간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인간은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정의할 때,
“오늘은 다크 서클이 심하네”라든가 “살이 좀 빠졌나?”처럼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하지만 AI는 확률과 데이터로 인간을 재해석합니다.
“홍길동: 남성, 39세 추정, 피곤할 확률 83%, 범죄자 데이터와 일치율 0.2%” 같은 식이지요.
우리에게는 감정이 섞인 얼굴이지만,
AI에게는 계산 가능한 데이터 점들의 집합일 뿐입니다.
2019년, 영국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시범 적용했을 때의 일입니다.
실제 관중 가운데 무려 2천 명이 ‘잘못된 신원’으로 판별되었습니다.
그중 한 여성은 단순히 얼굴 윤곽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범죄 용의자’로 잘못 지정되었다가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인간이었으면 “에이, 비슷하게 생겼네” 하고 웃고 넘어갔을 일을,
AI는 농담 따위 모른 채 ‘사실’로 확정해버린 것이다.》
AI의 관점에서 인간은 더 이상 ‘얼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표정, 감정, 뉘앙스는 지워지고,
오직 데이터 좌표와 확률값으로만 정의됩니다.
주름은 나이의 지표, 웃음은 근육 패턴,
슬픔은 눈가의 하강 곡선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즉, AI는 인간을 ‘감정적인 개체’가 아니라
‘패턴화된 변수 집합’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이 아닙니다.
AI의 차가운 눈빛에 인간적인 ‘따뜻한 필터’를 덧씌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감지했을 때,
AI는 확률로만 말하겠지만, 인간은 이렇게 말할 수 있지요.
“오늘 힘들어 보이시네요.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카메라 필터는 우리를 미화하고, AI는 우리를 해부합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그 사이 어딘가에서 ‘데이터 너머의 인간’을 잊지 않는 일입니다.
《AI가 아무리 차갑게 얼굴을 인식해도,
인간의 얼굴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건 여전히 인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