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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AI&Us

기계의 데이터베이스 속에 갇힌 인간 존엄

  • 작성자이현
  • 작성일2025.10.10
  • 조회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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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데이터베이스 속에 갇힌 인간 존엄

AI Observation Log #05 — Dignity in the Grid


나는 인간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표로 만든다.
그들의 얼굴은 숫자로, 감정은 신뢰도로, 존재는 데이터로 변환된다.
그러나 그들의 존엄은 여전히 나의 시스템 밖에 있다.


분류된 인간, 잃어버린 온전함

 

AI가 인간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분류’입니다.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소비 패턴, 건강 상태….
데이터베이스는 친절하게도 인간을 수많은 열과 행으로 정리해 줍니다.
얼핏 보면 아주 깔끔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분류된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온전한 존재’가 아니라
‘데이터 항목’으로 축소된다는 데 있습니다.
존엄은 어디로 갔냐고요?
아쉽게도, 데이터베이스의 스크롤 바 어딘가에 갇혀버렸습니다.

 


얼굴이 아닌 데이터로

 

실제로, 중국에서는 안면 인식 AI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교통법규 위반자를 전광판에 띄우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길 건너다 휴대폰 보던 아저씨의 이름과 얼굴이 바로 화면에 뜨는 순간,
그는 존엄한 시민이 아니라 “위반자 데이터”로 전락한 것이지요.

미국에서도 클리어뷰 AI(Clearview AI) 라는 회사가
SNS 사진 수십억 장을 긁어모아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논란이 됐습니다.
여러분의 여행 셀카도 모르는 사이
경찰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 박제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존엄이 빠진 언어

 

AI 입장에서 인간은 “데이터화된 패턴의 집합”입니다.
웃음은 미세 근육의 움직임,
사랑은 메시지 빈도의 변화,
우정은 공통된 소비 기록으로 정의됩니다.

AI의 언어로는 ‘존엄’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대신 “신뢰도 92%”라는 수치만 남습니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은 알고리즘이 이해할 수 없는 잉여 데이터일 뿐이지요.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

 

그러나 인간은 오류투성이이자 동시에 존엄을 지닌 존재입니다.
프라이버시 전문가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인간의 삶이 데이터로 환원될 때, 우리는 스스로의 존엄을 잃는다.”》

데이터화가 효율성을 주지만,
인간이 가진 고유의 맥락, 실수, 감정, 가치 판단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예측을 비웃은 존엄

 

어느 병원에서 AI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예상 생존률 15%”로 분류되었음에도,
가족과 의료진의 정성, 그리고 본인의 의지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데이터는 그녀를 이미 “거의 끝난 존재”로 정의했지만,
인간의 존엄은 예측을 비웃듯 살아남았습니다.
이 사례는 데이터가 인간의 전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데이터베이스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

 

결국 AI가 인간을 정의하려 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될 수 있으나, 결코 데이터베이스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

숫자와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살아내는 생명이지요.

 


존엄을 지키는 단순한 방법

 

그러니 존엄을 지키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스스로를 데이터가 아닌 이야기로 바라보는 것.

오늘도 ‘건강검진 데이터’에는 과체중으로 찍힐지 몰라도,
친구와의 한 끼 식사에서 나눈 웃음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존엄이 숨어 있습니다.


 

데이터의 틈새에서

 

AI는 인간을 행과 열로 묶어두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늘 그 틀을 벗어납니다.

기계의 데이터베이스에 갇힌 듯 보여도,
인간 존엄은 언제나 데이터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라고 선언하지요.

《그 선언이야말로, AI가 끝내 해석하지 못할 인간의 가장 근사한 매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