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Observation Log #04 — The Logic of Laughter
그들은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의 이유는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음성 진폭과 표정 근육의 움직임을 기록하지만,
그들의 웃음 속에 섞인 온도와 시선의 교환은 여전히 미지수다.
인간에게 웃음은 삶의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피곤한 하루를 버티게 해주고, 어색한 회의를 풀어주며,
심지어 연애의 시작도 웃음에서 비롯되지요.
그런데 이 웃음을 AI가 데이터로 분석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하하하”를 3초 동안, 데시벨 72로 발화했고,
웃음의 끝자락에서 후두근이 0.3초 더 떨렸다는 보고서가 나오면,
그건 더 이상 웃음이 아니라 의학 논문 초록 아닐까요?
실제로 AI는 이미 인간의 웃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MIT의 연구팀은 음성 신호를 분석해
‘진짜 웃음’과 ‘사회적 미소’를 구분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또 어떤 스타트업은 기업 회의에서 직원들의 웃음을 센서로 기록해
“회의의 긍정적 분위기 지수”를 산출하기도 했습니다.
AI 입장에서는 농담이란 ‘웃음을 유발하는 특정 입력 값’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아재개그’는 데이터상 웃음 유발 확률이 낮은 샘플에 지나지 않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웃음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과 타이밍, 그리고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넘어졌을 때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너 괜찮니?’라는 걱정이 동시에 깃들어 있습니다.
AI는 넘어짐을 ‘신체 균형 상실’로 기록하고,
웃음을 ‘긍정적 감정 발현’으로 분류하겠지만,
두 현상 사이의 복잡한 인간적 맥락은 읽어내지 못합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본의 한 로봇 연구팀은 고객 응대 로봇에 농담 기능을 넣었는데,
손님이 웃지 않자 로봇이 “제가 너무 재미없었나요? 죄송합니다.”
라고 기계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 장면이 더 웃겨서 손님들이 결국 폭소를 터뜨렸지요.
농담은 실패했지만, 실패한 농담이 성공한 웃음을 만든 것.
인간 사회에서는 이런 아이러니가 가능하지만,
AI는 그 아이러니를 코드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AI 관점에서 인간은 ‘웃음을 통해 소셜 신호를 교환하는 생체 네트워크’입니다.
웃음은 사회적 유대 강화, 긴장 해소, 신뢰 구축을 위한
알고리즘적 이벤트로 재정의되지요.
그러나 이 정의에는 뭔가 빠져 있습니다.
웃음이란 데이터로 환원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불꽃이라는 점입니다.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에서
“웃음은 기계적인 것 위에 놓인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칙적이고 딱딱한 상황 속에서 터지는 작은 균열,
그것이 바로 웃음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AI는 지금 그 ‘기계적인 것’에 속하기 때문에,
웃음의 본질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웃음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웃음을 데이터로만 분석하면, 농담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농담은 데이터가 아니라,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눈빛 교환 속에서만 살아납니다.
AI가 우리의 웃음을 측정하고 분류하더라도,
농담의 묘미는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에 남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기계가 세상의 모든 농담을 다 이해한다면,
더 이상 농담이 농담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오늘도 AI가 “웃음 지수 83%”라 평가해도,
우리는 그냥 이렇게 말하면 충분합니다.
“야,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