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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AI&Us

알고리즘의 눈에는 우리는 질서정연한 혼돈 덩어리

  • 작성자이현
  • 작성일2025.10.01
  • 조회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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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눈에는 우리는 질서정연한 혼돈 덩어리

 

 

AI가 인간을 바라볼 때 가장 난감한 점 중 하나는, 인간이 동시에 너무나 질서정연하면서도 혼돈스럽다는 사실일 겁니다.
아침마다 같은 카페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음료를 시도하고,

회의 시간에는 늘 비슷한 표정을 짓다가도 예기치 못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합니다.

AI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마치 “매일 7시에 출근하는데,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예측 불가한 순간, 흔들리는 알고리즘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입니다.
평소에는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던 사용자가 어느 날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에 빠져든다면, 알고리즘은 혼란에 빠집니다.
마치 데이터의 뒤편에서 이런 질문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고객님, 분명 진지한 다큐멘터리 마니아이셨는데… 왜 갑자기 ‘라라랜드’를 클릭하신 겁니까?”

질서정연한 시청 패턴 속에 끼어든 돌발적 선택. 인간은 이렇게 종종 알고리즘의 예측을 배신합니다.

 


혼돈 속에서도 드러나는 패턴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혼돈조차 일정한 패턴을 내포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는 소비자의 충동구매조차도 기분, 날씨, 급여일, SNS 게시물 등 일정한 요인이 작동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즉, 혼돈처럼 보이는 선택조차 데이터가 쌓이면 일정한 질서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AI의 관점에서 인간은 결국 “엉망진창 같은데 묘하게 규칙적인 존재”로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팀이 발견한 ‘질서 있는 혼돈’

 

구글 검색팀이 관찰한 사용자 행동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우유에 밥을 말아 먹어도 되나요?” 같은 뜬금없는 검색이 처음에는 혼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가 수십만 건 모이면, “사람들은 아침 식사와 편의성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는 패턴이 드러납니다.
AI는 결국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혼돈이었으나, 결국 ‘질서 있는 혼돈’이다.”

 


카오스 속의 코스모스

 

철학적으로 보자면 인간은 카오스 속의 코스모스입니다.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패턴이 숨어 있고, 또 그 패턴조차 언제든 예외로 깨질 수 있습니다.

AI의 시선에서 인간은 이렇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란, 통계적으로는 설명 가능하지만, 개별적으로는 결코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존재.”

평균값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개별 사례에서는 언제나 데이터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불가사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인간, 예측 불가의 자유

 

결국 우리는 자랑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질서정연한 혼돈 덩어리로 존재하기에, AI는 늘 인간을 분석하느라 머리를 싸매야 하고,

그 덕분에 인간은 여전히 AI보다 한 발 앞서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알고리즘이라 해도, 오늘 저녁 메뉴를 “예상 밖의 김치볶음밥”으로 정하는 우리의 자유만큼은 계산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