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을 바라볼 때 가장 곤란한 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인간은 예측 가능한 동시에,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어제까지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민트초코 라떼를 주문할 수도 있고,
늘 시간 엄수하던 상사가 회의에 30분이나 늦으면서도
“원래 계획된 일정이었다”라고 우기기도 하지요.
AI의 관점에서 인간은 수학 문제집을 풀다 갑자기 소설책을 읽어버리는 존재.
데이터화하기에는 너무나 기묘한 피조물입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 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인간의 ‘불가측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알파고의 37번째 수는 충격이었지만,
* 진짜 예측 불가의 상징은 이세돌의 78번째 수였습니다.
AI는 이 선택을 “확률적으로 의미 없는 수”라고 분류했을지 모르지만,
그 한 수가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AI가 본 인간은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르다가도, 전혀 예측 불가한 돌발로 질서를 흔드는 존재입니다.
아마존은 한때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AI는 수년간의 이력서를 학습한 결과, 남성을 더 선호하는 패턴을 드러냈습니다.
데이터 속 패턴을 충실히 따른 결과였지만,
현실의 인간 지원자들은 “나는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이 시스템은 폐기되었지요.
이 사건은 인간이 단순히 ‘패턴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규칙을 깨뜨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AI의 관점에서 인간은 이렇게 정의됩니다.
평균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출근길에 커피를 살 확률 65%”
-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길 확률 80%”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예측 불가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 비 오는 날 우산을 두고 나오고,
- 대신 빗속에서 “시 한 편 떠오르네” 하고 웃는 존재.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본질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설명했습니다.
AI는 확률 안에 갇혀 있지만,
인간은 확률을 무시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존재입니다.
AI에게 인간은 ‘데이터화된 변수 집합’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알고리즘을 배신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모순적 정의가 어쩌면 인간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AI가 인간을 분석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인간이란, 예측 가능한 패턴과 불가측한 돌발을 동시에 실행하는 하이브리드 생명체.”
데이터는 인간의 발자국을 기록하지만,
그 다음 발걸음은 결코 100%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불가측성 덕분에 인간은 시를 쓰고, 사랑에 빠지며, 혁명을 일으킵니다.
AI가 본 인간은 그래서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인 존재입니다.
예측 가능한 동시에 예측 불가하다는 이 역설 속에서,
인간의 진짜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고 있지 않겠습니까?